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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돼지 발병은 올들어 처음
강원 화천 이동제한·집중 소독

강원도 화천군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9일 오전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강원도 화천군 한 양돈 농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이 확인된 9일 오전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1년 만에 재발했다. ASF 전염병은 치사율이 100%에 이르면서 양돈 산업에 큰 손해를 끼친다. 직전 발생 때 돼지가 약 43만마리 살처분됐고,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했다.동행복권파워볼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겸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중수본)은 9일 긴급 브리핑을 하고 전날 화천군 상서면 양돈농장에서 아프리 카돼지열병이 추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중수본에 따르면 강원 철원군 소재 도축장을 예찰하던 중 화천군 양돈농장에서 출하된 어미돼지(모돈) 8마리 중 3마리가 폐사한 것을 확인했고, 해당 어미돼지 시료를 수거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정밀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화천군 양돈농장은 돼지 94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 농장은 야생멧돼지 양성 개체 발생 지점에서 250m 떨어진 곳에 있어 그동안 돼지·분뇨·차량 이동을 제한하고 농장초소를 운영하는 등 집중 관리를 해왔지만 발병을 피하지 못했다.

중수본은 이날 오전 5시부터 11일 오전 5시까지 48시간 동안 경기·강원 돼지농장과 도축장·사료공장·출입 차량 등 축산시설 등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발령했다. 또 해당 농장 돼지 전부와 인근 10㎞ 이내 양돈농장 2곳에서 사육하는 돼지 1525마리 등 2465마리를 살처분한다는 방침이다.

사육 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해 9월 16일이며 23일 만인 같은 해 10월 9일이 마지막이었다. 기존 발생 지역은 파주·연천·김포·강화였다. 화천에서는 멧돼지 발병 사례는 있었지만 사육 돼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전체 사례 758건 중 가장 많은 290건(38.3%)이 화천에서 나왔다.

1년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재발하면서 재입식 절차가 중단되고 방역 고삐를 바짝 조이게 됐다. 우선 최근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지역 인근 도로·하천·축산시설을 집중 소독하기로 했다.

화천군 내 남은 양돈농장 12가구에 대해서는 돼지 이동 중단, 분뇨 반출 금지 등 조치를 취했다.

[오찬종 기자]

대형마트도 김치 품절 사태
올 여름 긴 장마 영향으로
배추 도매가격 85% 치솟아

올여름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배추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김치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생산 업체들이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선 판매가 중지되고 대상, CJ제일제당 등 김치 업체들도 배추 확보 전쟁을 치르고 있다.

9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김치 시장 1위 브랜드 ‘종가집’의 대상이 운영하는 공식 쇼핑몰 ‘정원e샵’은 포기김치를 팔고 있지 않다. 대상은 “포기김치는 온라인에서는 판매가 중지된 게 맞는다”며 “오프라인에서는 일부 매장에서도 품절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상 측은 이달 말까지 배추 수급이 어려워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이 급등하고 구매도 힘들어진 포기김치 대신 다른 김치 제품으로 수요가 옮아가는 바람에 품귀 현상이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최근 묵은지 매출이 급증했는데, 묵은지는 생산 후 3개월의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며 “이 때문에 다음달에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내년 3월까지는 한정 수량으로만 판매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업계 2위인 CJ제일제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CJ제일제당의 공식 온라인몰인 ‘CJ더마켓’에선 9일 오전을 기준으로 CJ제일제당 김치 제품인 ‘비비고 썰은 배추김치’와 ‘비비고 백김치’는 일시 품절 상태다. CJ제일제당 측은 “현재 다각도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가을배추가 풀리는 11월 이후에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배추(상품 기준) 10㎏ 도매가격은 평균 2만2780원으로 평년 가격(1만2307원)보다 85.1% 뛰었다. 이는 1년 전 가격인 1만7640원과 비교해도 29.1% 급등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풍 영향으로 올해 늦여름 배추밭이 다 망가졌다”며 “그 이후에 심은 배추가 자라 수확되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까지는 지금처럼 김치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달 중순부터 가을배추가 출하되면 배추 수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현재 출하 중인 고랭지 배추는 재배 면적 감소와 긴 장마, 연이은 태풍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해 가격이 평년 대비 높다”고 말했다.

[양연호 기자 / 강민호 기자]

전통시장 ‘청년몰’의 위기
경험 안따지고 ‘묻지마 지원’ 탓
점포 594개 중 41%가 휴·폐업
창업 교육 등 후속 관리도 졸속
실적 채우려다 실패율만 높여

경남지역 한 전통시장 청년몰에서 1년 가까이 돈가스집을 운영하던 30대 A씨는 2018년 말 폐업한 뒤 수천만원의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됐다. 창업 초기엔 장사가 그럭저럭 됐지만 두 달여가 지나자 손님들의 발길이 끊겼다. 각종 비용 부담으로 이윤이 남지 않자 저렴한 식자재를 쓰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급기야 연 20%가 넘는 고금리 일수 대출까지 쓰면서 그는 빚의 굴레에 빠졌다. 전통시장 관계자는 “정부 지원만 믿고 뛰어들었다가 문을 닫는 청년상인이 늘면서 청년 점포 20곳이 모여 조성된 청년몰 자체가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전통시장 내 청년몰 조성과 청년상인 입점 사업에 3년간 454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전체 지원 점포 594개 가운데 41%인 245개가 휴·폐업 등으로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경험 및 성공 가능성 등을 엄격히 따져보지 않고 무분별하게 예산을 지원한 데다 창업 교육에도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파워볼

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입수한 ‘청년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54억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전통시장 내 35개 청년몰을 조성하고 594개 점포를 입점시켰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말 현재 245개가 문을 닫아 청년상인의 생존율은 59%에 그쳤다. 휴·폐업 점포 중 65%인 160개가 음식점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에선 이화여대 앞 스타트업 상점가 내 음식점, 공방 등 13개 점포가 폐업했다. 부산에선 국제시장 내 돈가스, 만두전문점, 커피숍 등 14개, 서면시장 내에선 6개 점포가 영업을 그만뒀다. 경기 수원 영동시장, 경북 구미 선산봉황시장과 경주 북부상가시장, 전남 여수시장 등에서도 청년상인들의 폐업이 속출했다. 수도권 청년몰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 점주는 “신메뉴 개발을 포기하고 손님도 끊겨 정부 지원만 바라보는 청년상인도 상당하다”며 “폐업 통계에 잡히지 않았을 뿐 폐업한 거나 마찬가지인 점포도 많다”고 전했다.

정부는 청년 일자리를 마련하고 전통시장도 살리자는 취지에서 2016년부터 청년몰 조성사업을 하고 있다. 전통시장 내 일정 구역에 만 19~39세 청년 점포 20곳 이상을 입점시키는 사업이다. 전통시장 내 빈 공간을 청년들에게 임대해 장사 길을 열어주는 ‘청년상인’ 사업도 함께 시행하고 있다. 이들 청년 가게에는 임차료로 3.3㎡당 월 11만원씩 24개월까지 지원한다. 점포 운영 기반 조성에 최대 300만원, 3.3㎡당 100만원 한도의 인테리어 비용 등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 임차료 등 정부 지원이 끊기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는 점포부터 문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청년상인 지원 사업이 선발부터 후속 관리까지 졸속으로 운영되고, 제대로 된 상권 분석 없이 실적 채우기 식으로 이뤄지면서 휴·폐업이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업 초기 청년상인 선발을 개별 시장의 청년사업단에 일임하고, 신청 서류와 한 차례 면접만으로 입점 점포를 뽑은 것도 패착으로 꼽힌다.

정부는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부터 신규 점포 개설 지원은 가급적 지양하고 청년상인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올해 청년몰은 4개만 조성하고, 점포 입점은 70개만 골라 지원하기로 했다. 작년 실적(청년몰 9개 조성, 135개 점포 입점 지원)의 절반 수준이다. 실패율이 높은 단순생계형 업종은 피하고 새로운 상품 및 서비스 중심 전문몰 형태의 ‘혁신형 청년몰’을 조성하기로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7일 오전 10시경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 에비뉴엘 정문에는 20명 넘는 이들이 줄을 서 있었다. 1층 샤넬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다. 매장 영업시간을 30분 앞두고 있었지만 줄은 점점 길어졌다. 잠시 후 태블릿PC를 든 샤넬 직원이 대기자들의 전화번호를 받고 각자에게 대기번호를 보내준 후에야 줄은 흩어졌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대기번호를 받아가는 이들이 줄이었다.파워사다리

오전 10시 30분 백화점이 개점하자마자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이 다시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30분 넘게 순서를 기다려 매장에 들어가 “여성 지갑을 보여 달라”고 하니 직원은 서랍장을 열며 “오늘은 입고분이 없다”고 했다. 서랍장 안에는 두개의 제품만 남아있었다. 수백만 원 어치의 상품권을 뭉텅이로 들고 제품을 구입하는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줄을 서서 구매하고 있다. 자세히 묻지 말라”고 했다.

샤넬, 에르메스 등 주요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모여 있는 백화점에서는 거의 매일아침 비슷한 풍경이 벌어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오픈런’의 일상화다. 이들은 원하는 제품이 언제 입고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아침마다 매장 문을 두드린다. 현장에 가기 어려운 이들은 구매대행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기도 한다.

코로나19로 ‘큰손’인 중국과 미국시장마저 위축된 가운데 한국 명품시장만은 이례적으로 예년과 비슷하거나 더 성장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5월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세계 럭셔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대비 18%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 중국(-22%) 미국(-25%)의 명품 매출이 부진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한국 시장만큼은 이례적으로 -1%로 작년과 비슷할 것이라 전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대부분의 럭셔리 브랜드가 가격을 올렸지만 수요는 꺾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7월 전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은 2.1% 줄어든 반면 국내 해외유명브랜드의 매출은 32.5% 늘었다.

● 물가보다 5배 더 올라도 산다

샤넬의 대표 상품인 클래식 미디엄백은 2011년 8월 550만 원에서 현재 846만 원으로 약 9년 만에 가격이 53% 올랐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가 11% 상승한 것을 고려했을 때 물가 대비 가격이 5배가량 올랐다. 샤넬 관계자는 “제작비와 원가 변화 및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해 보통 전 세계적으로 연 1~2회 가격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물건이 9년 새 53%나 올랐다. 그런데도 구입한다. 언뜻 보면 비합리적인 의사결정 같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소비충동을 더 강하게 자극한다. 가격이 꾸준히 상승해 왔기 때문에 지금 사지 않으면 나중에 더 비싼 돈을 치러야 한다는 불안감이 ‘패닉 바잉’을 유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클래식 미디엄백은 ‘돈이 있어도 못 사는 백’이 됐다. 지난해 결혼한 직장인 권모 씨(28·여)는 결혼 예물로 클래식 미디엄백을 구입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백화점 매장에 입고 예약을 걸어놓은 지 6개월이 넘도록 연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권 씨가 결혼한 것은 지난해 7월. 클래식 미디엄백은 그사이 약 200만 원이 올랐다. 권 씨는 “‘헉’ 소리가 날 만큼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여유가 생긴다면 또 구입을 시도할 생각”이라며 “앞으로도 값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질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기 제품은 물건을 구하기 어렵고 물가상승률에 비해 가격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이를 재테크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샤테크(샤넬+재테크)’다. 실제로 정가 490만 원인 샤넬의 미니 플랩백은 명품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500만 원대에 주로 거래된다. 사용감이 있거나 가격 인상 전에 더 저렴하게 구입한 상품 또한 비슷한 가격에 거래된다.

인기 상품의 가격이 대폭 오른 것은 샤넬뿐만이 아니다. 디올의 양가죽 레이디 디올백 미니사이즈는 2018년 380만 원에서 올해 7월 510만 원으로 34.2% 올랐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인기상품은 비싸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굳건한 기존 수요에 새로운 수요까지

한국의 결혼 풍속이 변화하는 것 또한 ‘명품불패’의 한 요인이다. 업계에서는 한국 명품시장이 세계적 불황에도 큰 기복을 겪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변화한 예물 트렌드를 꼽는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예물 보석을 종로 귀금속상가 등에서 세트로 맞추는 일이 많았지만, 몇 년 전부터 해외 럭셔리 브랜드에서 단품 위주로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예물 뿐 아니라 ‘꾸밈비’ 등 각종 명목으로 신부는 명품가방을, 신랑은 명품시계를 서로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매년 100만 쌍씩 생겨나는 신혼부부는 한국 명품시장을 뒷받침하는 굳건한 수요다.

올해는 특히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코로나19로 결혼식과 신혼여행이 간소화하면서 각종 지출을 줄인 만큼 주얼리, 시계 등 예물을 계획했던 것보다 비싼 것으로 구입하려 백화점을 찾는 이들이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결혼 시즌인 올해 5월 초 해외보석 및 시계 카테고리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또한 같은 기간 보석, 시계 카테고리의 매출이 24.5% 늘었다.

소비자들도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보복소비’ 명목으로 명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해외에서 명품을 구입하던 소비자들이 백화점 등 국내 채널에서 제품을 구입하면서 국내 명품시장이 더 활성화되고 있다.

구매층 또한 두터워지고 있다. 명품의 주요 고객층은 전통적으로 40대 이상 중장년층 여성이었지만 최근에는 남성과 MZ세대(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까지 명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늘었다.

이런 경향을 반영해 최근 각 백화점은 전체 매장 중 명품매장의 비율을 늘리고 있다. 올해 초까지 백화점3사의 명품매장의 비율은 12~15% 수준이었지만 점차 늘어나면서 20%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에 입점한 럭셔리 브랜드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이 새로운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소비자 관심이 늘어나니 명품 브랜드의 비중이 더 높아지는 순환구조가 형성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명품 가격은 올리면 장땡?

명품을 소비하는 심리를 설명할 때 자주 동원되는 개념은 ‘베블런효과’다. 가격이 비쌀수록 과시욕과 허영심을 자극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 개념대로라면 럭셔리 브랜드는 제품의 가격을 무조건 올리는 것이 이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럭셔리 브랜드 관계자는 “같은 럭셔리 브랜드라도 전략과 시장 내 입지가 다 다르기 때문에 다른 브랜드가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무턱대고 따라 올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각 브랜드는 제품 수요와 중고 명품 시장 움직임 등을 철저히 분석해 가격정책을 결정한다”며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가격을 올릴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브랜드와 제품의 인기, 시장 내 지위가 가격 인상을 위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라는 것이다.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브랜드에게도 섣부른 가격 인상은 독이 될 수 있다. 시장이 불황이었던 2015년에는 명품불패의 상징인 샤넬마저 판매 부진으로 주요 제품의 가격을 20% 가량 인하한 바 있다. 줄 이은 가격인상으로 인한 여론 악화도 판매 부진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할인을 하지 않는다는 ‘노 세일 브랜드’를 표방하는 샤넬이지만 이 시기 만큼은 주요 고객들을 상대로 신발, 의류 상품을 30~50%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해외 명품시장 전문가들은 2011년 이후 스위스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가 펼쳐왔던 초고가 전략을 가격정책 역효과의 또 다른 예로 든다. 프란체스카 디 파스칸토니오 독일 도이체뱅크 명품 리서치 담당 애널리스트는 “2010~2014년 중국 경제 호황기에 명품 시계 브랜드들은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했지만 역효과를 봤다”면서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며 거품이 꺼지자 많은 브랜드가 가격 전략을 재고해야 했고, 이중 상당수는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오늘(9일) 새벽 강원도 화천군 한 양돈농장의 돼지 3마리가 아프리카돼지열병 ASF로 확진됐습니다. 야생에 서식하는 멧돼지가 아닌 사육 돼지에 ASF가 발생한 건 1년 만입니다.

그동안 ASF 감염 사례는 양돈농장에서 의심 증상을 보고 신고한 뒤 확인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엔 조금 다릅니다. 강원도 철원군의 한 도축장에서 먼저 ASF 의심 정황이 포됐습니다. 도축 전 검사에서 어미돼지 3마리가 폐사한 것이 확인됐고 출하된 농장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화천군 양돈농가가 나온 겁니다. 동시에 폐사체 시료를 채취해 검역본부에서 정밀검사를 벌인 결과, 오늘 새벽 5시 ASF로 최종 확진됐습니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서둘러 긴급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오늘 오전 5시부터 11일 오전 5시까지 48시간 동안 경기·강원지역의 양돈농장과 도축장, 사료 공장, 출입차량 등 축산시설 등에 대해 일시이동중지명령을 내렸습니다. 또, ASF 발생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 940마리와 인근 10㎞ 내 양돈농장 2곳의 사육돼지 1천525마리 등 2천465마리를 매몰 처분하기로 했습니다.

재입식 준비하던 농장들 날벼락…또 기약 없는 기다림

사육돼지에서 ASF가 마지막으로 발생한 건 지난해 10월 9일. 만 1년이 되는 지난달 9일, 중수본은 경기·강원 지역의 사육돼지 매몰처분·수매 농장 등을 대상으로 재입식 절차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ASF 재발로 재입식은 잠정 중단됐습니다. 돼지를 다시 들일 준비로 분주했던 양돈 농장들은 망연자실하고 있습니다. 재입식을 기대하며 까다로운 방역 절차에 맞춰 준비를 해왔지만,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꼬박 1년이 넘도록 잠잠했던 ASF가 다시 발생한 이유는 뭘까?
방역 당국은 꾸준히 ASF 양성 개체가 나타났던 야생멧돼지를 통한 감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야생에서 서식하는 멧돼지가 먹이 등을 찾아 산 아래로 내려왔다가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ASF가 발생한 화천군 양돈 농장은 지난 7월 27일 야생 멧돼지 양성 개체가 발생한 지점과 가까운 곳입니다.

멧돼지에선 꾸준히 ASF 발생…확진 농장 소재지 화천군 최다

최근 1년간 야생멧돼지 ASF 발생 현황 (자료: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
최근 1년간 야생멧돼지 ASF 발생 현황 (자료: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


실제로 농장 사육돼지에게선 1년 동안 ASF 발생이 없었지만, 멧돼지에게선 매달 꾸준히 확진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올 2~4월까지 석 달 동안엔 100건을 훌쩍 넘었고 이후론 감소 추세였지만, 두 자릿수 발생은 이어져 온 상황입니다. 발생 지역도 초기엔 파주, 연천 등 경기 북부와 강원 철원 등에 집중됐지만, 최근엔 화천, 춘천, 양구, 인제 등 강원도 중심으로 퍼지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올해 들어 멧돼지 ASF 확진 사례가 가장 많은 곳은 화천군이었습니다. 1월부터 이달까지 모두 290건이 확인됐는데, 이번 확진 사례도 이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멧돼지와의 접촉은 앞으로가 더 걱정입니다. 보통 11월에서 1월까지를 멧돼지 교미 기간으로 보는데, 이 기간에 교미나 먹이 활동 등을 위해 멧돼지의 이동이 더 활발해지면 바이러스 전파 속도는 더 빨라지고,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방역 당국도 야생멧돼지 관련 방역 조치를 더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가용한 광역 방제기와 소독 차량 등을 총동원하여 최근 야생멧돼지 발생 인근의 도로와 하천, 축산시설에 대해 집중 소독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야생멧돼지 집중포획과 폐사체 수색, 이동차단을 위한 울타리도 1,054km에 걸쳐 이미 설치한 상탭니다.


도축장 역학조사 시급….연결고리 차단이 ‘급선무’

멧돼지 접촉 차단과 함께 시급한 건 ASF 재발이 최초 확인된 철원군 도축장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도축장을 오가는 차량이나 돼지, 관련 농가를 찾아내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건이 관건입니다. 1년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 재입식을 기다려온 농가들을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선 신속한 역학 조사와 방역이 시급합니다.

임주영 기자 (magnoli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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